특집 기획,조기조의 경제 칼럼 5

사회

특집 기획,조기조의 경제 칼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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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04448d0272ab0925d4b3af81cd436_1630068939_91.png           눈물로 사는 사람들

조기조 경남대 명예 교수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8월, 브로크백 마운틴, 로키 산맥의 준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눈이 다 녹기 전에 또 눈이 내린다.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에 반짝이는 금물결, 은물결은 눈물이다. 유타 주 남부의 ‘데드 호스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는 콜로라도강은 숨

막히고 가슴 뚫리는 절경이다. 그랜드캐니언을 돌아나온 콜로라도강에 있는 두개의 큰 호수, 레이크 파월과 레이크 미드는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다. 맑고 커서 보트나 유람선을 타고 즐기는 재미, 사치일까 낭만일까? 못 해봐서 못내 아쉽다. 그런데 올 여름 두 호수의

수위는 매우 낮다. 저수량이 거의 3분의 1 정도다. 바닥이 보이는 쌀독 같아 걱정이다.

해발 3100m가 넘는 로키산맥에서 시작하는 콜로라도강은 미국 서부 7개주를 적시고 2334㎞를 흘러 멕시코로 들어간다. 대공황기에

만든 후버댐은 후버 대통령이 일자리를 만들어 서민들을 먹여 살린 작품이다. 그 전기와 물로 황무지 라스베이거스를 휘황찬란하게

만들었다. 로키산맥의 서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악을 오르면서 식는 푄 현상을 치누크(Chinook) 현상이라고 한다. 산악엔 겨울에

이 많이 내려서 문제다. 스키장으로 버는 돈도 많지만 눈 치우기 비용과 눈 사고, 눈사태의 피해도 심하다. 대관령의 겨울보다 훨씬

더 많은 눈이 내린다. 봄에 이 눈이 녹으면 범람하여 홍수피해가 크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 눈이 가물어 천지가 메마르다. 아니 재앙이다.

이 눈을 벽돌처럼 찍어 저장해 두었다가 비가 안 오는 여름 내내 서서히 녹게 하면 좋은 수자원이 될 텐데…. 가문 여름이라 콜로라도

주의 서부 여러 주는 타들어 간다. 강의 하류에 있어서 지형이 낮을수록 가뭄의 피해는 심하다. 어제, 죽음의 골짜기라는 데스 밸리는

57℃를 찍었다. 우리는 불을 질러도 타지 않는 한여름에 산불이 수십 군데에서 타고 있다. 세이지 부시(sage bush) 같은 덤불이 말라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도 들도 가슴도 탄다.

잔디에 수돗물 주기를 금하고 물 절약을 마른 수건 짜듯이 한다. 물이 많이 드는 농장도 줄이거나 닫아야 하니 농축산물의 값이 오를

것이고 나파 밸리의 포도도 말라 시들시들 한다. 여름엔 폭염으로 아스팔트가 녹아 밀리고 겨울엔 얼어 깨진다. 눈 녹은 물이 얼지

않도록 뿌리는 소금 때문에 상하는 게 많다. 강은 젖줄이지만 눈이 녹은 물이니 사람들은 눈물로 사는 것이다.

내무부 산하의 연방 기관이며 미국 최대의 물 공급 기관이자 두 번째로 큰 수력발전 생산기관인 미국 매립국(Bureau of Reclamation)은

내년 3월경에 파월 호수의 수위가 3525피트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또 미드 호수의 수위가 더 내려가면 그 아래 후버댐에서

발전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큰일이다. 미국의 전기는 넉넉하지 않다. 지금도 서민의 집에서는 에어컨을 돌리기가 부담스럽다.

곧 상류의 저수지들을 방류하여 호수에 물을 공급할 것이다. 그래도 새 발의 피다. 또, 저수지라고 물이 많겠는가.

장마와 태풍 등 여름에만 비가 많이 내리는 우리나라는 물을 가두어야 한다. 울산의 사연댐에 수문을 달아 수위를 조절하여 상류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게 되었다하니 기쁘고 안심이다. 궁금하여 사연댐을 구글 어스(earth)에서 내려다보니 물그릇이 작아

얼마 못 담겠다. 기슭의 삐져나온 산들을 자르고 파내어 물그릇을 넓히면 어떨까? 대형 토목 공사이고 그 흙과 돌을 어찌 운반할거냐

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세세연년 식수로 쓸 물을 저장할 것이라면 가성비는 100년으로 계산하면 좋겠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을

생각하면 현대의 토목기술로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물 부족으로 울산 앞바다에 해수담수화 설비를 한다해도 이 보다는 더 들 것이

아닌가? 문외한의 별난 생각이지만 통 큰 사연댐을 그려본다.       출처 : 경상일보  -칼럼리스트 조기조 UTAH 코리안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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