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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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4 07:21
삶과 사랑으로 詩쓰는 이선주 시인
이선주
소나기 끝의 드문 행운
하늘에 신기루가 떴다
눈으로 꿈 하나 잡았다
곧 사라질 것일지라도
저 길을 동경하다
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빨갛게 쉼없이 타오르다
한 단계를 놓쳐 주황으로 전략했었다
다시 노란 꽃을 잉태하여
초록숲에 안착하려다
푸른 바다로 방향을 틀었다
그 위엔 쪽빛 수놓인 치마폭이
보라향 품은 신비의 햇살을 퍼붓는다
햇살에 꽃은 무사히 출산하고
나는 다시 무지개를 동경한다
꼬리부터 저무는 미소
놓치지 않으려 눈을 고정시킨다
지리산 산천재 김태근 사진 作
<<작가노트>>
폭염으로 땀에 절은 심신을 위로하러 들이닥친 사이다 소낙비가 너무 고마웠다.
십여분을 알차게 쏟아붓고는 다시 태양에게 여름을 돌려주고 우리에겐 행운의
무지개를 띄워주고 사라졌다. 삶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난 그 순간을 포착했고
선명하게도 뜬 무지개를 응시하며 내가 그렸던 그리고 건너온 꿈과 시간들을
꺼내보았다. 청춘의 붉은 피는 탁상달력이 교체될 때마다 조금씩 묽어져가다
제 2의 인생을 만나고 제 3의 삶을 낳은지 10년차 이다. 다시 꿈꾸기에 나쁘지
않은 시점인 것 같아 무지개 다리에 두 발을 내딛고 섰다. 서서히 사라지기 전에
도착점을 향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