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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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7 14:55
이둘임 시인
백미러
이둘임
봄날이 여름을 앞서 달렸을까
점점 멀어지는
여름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 가로수
앞서가던 풍경을 밀어내는 백미러
비포장도로에 뿌연 먼지 속
유년의 시간은 깊숙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가만히 있어도 점점 멀어지는 것들
내가 보낸 것도 아닌 흘러가 버렸다
자동차 후방으로 눈 힐끗거리는
현실은 미래로 가야 한다고
고정된 시선은 앞만 바라보라 하는데
잡으러 달려갈 수 없는 떠난 시간
그리움은 타임머신을 타고
거울 속 환영幻影으로 되살아난다
★이둘임 프로필★
(전) 주한외국대사관 근무.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중
시를 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 (시사모) 이달의 작품상 수상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대한문인협회 올해의 시인상 수상
시사모 특별회원. 대한문인협회 서울지회 정회원
시집 <광화문아리아> 출간
◈작가 노트◈
잎이 무성한 여름 가로수가 참 싱그럽습니다. 국도를 지나면서 백미러에
스쳐 지나가는 가로수 풍경에서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외가로 가던
시외버스 속에서 본 뿌연 먼지 속 사라져간 가로수가 떠올랐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간 시간 내가 보낸 것도 아닌 흘러간 시간은
늘 아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