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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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8 21:28
박덕은 시인. 문학평론가
사각 기와 무늬*
박덕은
정읍 용장사 절터에서
기와 조각이 출토되어
세상과 만난다
땅속에 묻힌 비바람 조금씩 털어내자
바라춤처럼 피기 시작한
사각무늬
기왓장 속으로 스민
울음소리 조심스레 떼어내니
벽 향해 앉아 있는
어깨가 울먹인다
일주문 밖에선
상엿소리 뎅뎅 낭자하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발끝 내디디는 하늘 향한 구리거울에
얼비치는 미소
오래 따르던 사랑이 연못에 출렁이고
소리 없이 지는 하얀 꽃의 얼굴
무너지는 숨 감싸 안고
허공 건너는 걸음
바라 소리에 속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수천 번 아픔 퍼 올린
저 은유의 춤 문양
선문답인 듯 새겨져 있다.
*사각기와무늬: 정읍 산내면 용장사 절터에서
출토된 기와 조각에 새겨진 무늬
★작가노트★
시는 외로움에서 나오나 보다. 늘 외롭다. 어느 순간 터져 나오는 시심.
외로움의 분출인 듯하다. 오래도록 땅속에 파묻혀 있다가 모처럼 햇살 아래
나서는 정읍의 사각기와무늬처럼 외로움이 현실화되어 가슴에 안겨온다.
그때서야 비로소 다소곳이 평온이 찾아온다. 그래서 시 쓰는 시간이 좋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