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사람과 책

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소하 0 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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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덕은 시인. 문학평론가


사각 기와 무늬*


           박덕은


정읍 용장사 절터에서

기와 조각이 출토되어

세상과 만난다


땅속에 묻힌 비바람 조금씩 털어내자

바라춤처럼 피기 시작한

사각무늬


기왓장 속으로 스민

울음소리 조심스레 떼어내니

벽 향해 앉아 있는

어깨가 울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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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밖에선

상엿소리 뎅뎅 낭자하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발끝 내디디는 하늘 향한 구리거울에

얼비치는 미소

오래 따르던 사랑이 연못에 출렁이고

소리 없이 지는 하얀 꽃의 얼굴


무너지는 숨 감싸 안고

허공 건너는 걸음

바라 소리에 속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수천 번 아픔 퍼 올린

저 은유의 춤 문양

선문답인 듯 새겨져 있다.


*사각기와무늬: 정읍 산내면 용장사 절터에서

  출토된 기와 조각에 새겨진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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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시는 외로움에서 나오나 보다. 늘 외롭다. 어느 순간 터져 나오는 시심.

외로움의 분출인 듯하다. 오래도록 땅속에 파묻혀 있다가 모처럼 햇살 아래

나서는 정읍의 사각기와무늬처럼 외로움이 현실화되어 가슴에 안겨온다.

그때서야 비로소 다소곳이 평온이 찾아온다. 그래서 시 쓰는 시간이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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