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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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09:39
김미정 시인
율마
김미정
겨드랑이에 심었어요
양손으로 쓰다듬어 주면
레몬 향이 번져난대요
보는 사람마다 입을 맞춰요
걱정만 해주면 힘들 텐데
물을 듬뿍 줘야 잘 자란다 했어요
어떤 것은 한 달 만에 시들어버려요
자주 안아주지 못해서일까요
말라가는 등이 휘어요
햇빛 좋고 바람 잘 통하는 것보다
당신이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호주머니에 구겨 넣어진 생기로 하루를 버틴 날
귀가 잘린 저녁이 울어요
새로운 잎사귀를 매달아보아요
레몬으로 살아주면 좋겠어요
내 마음이 그러하듯이
▶작가노트◀
조건이 전부가 될 수 없는 사랑을 심습니다.
행복은 완벽한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만족스러운
부족함에서 오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심습니다.
식물을 보는 사람들은 잘 키워야 한다고 한마디씩 해 줍니다.
율마는 노심초사합니다.
걱정이 자랄 것만 같아 자랄 수가 없다면서 한쪽으로 기울 때도 있습니다.
가시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레몬 향 연둣빛으로
유월은 율마가 초록으로 가는 달입니다.
심을 때 그 마음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가만히 가만히창가에 내놓을 때, 물을 줄 때,
쓰다듬을 때, 함께 밤을 보낼 때도
레몬 향으로 은은하기를
가만히 가만히,
이승해 사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