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사람과 책

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포랜컬쳐 0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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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정 시인


율마 


      김미정 

 

 겨드랑이에 심었어요 

 

양손으로 쓰다듬어 주면

레몬 향이 번져난대요 

 

보는 사람마다 입을 맞춰요

걱정만 해주면 힘들 텐데 

 

물을 듬뿍 줘야 잘 자란다 했어요

어떤 것은 한 달 만에 시들어버려요 

 

자주 안아주지 못해서일까요

말라가는 등이 휘어요 

 

햇빛 좋고 바람 잘 통하는 것보다

당신이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호주머니에 구겨 넣어진 생기로 하루를 버틴 날

귀가 잘린 저녁이 울어요 

 

새로운 잎사귀를 매달아보아요

레몬으로 살아주면 좋겠어요 

 

내 마음이 그러하듯이 

 


▶작가노트◀

조건이 전부가 될 수 없는 사랑을 심습니다.

행복은 완벽한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만족스러운

부족함에서  오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심습니다. 

식물을 보는 사람들은 잘 키워야 한다고 한마디씩 해 줍니다.

율마는 노심초사합니다.

걱정이 자랄 것만 같아 자랄 수가 없다면서 한쪽으로 기울 때도 있습니다.

가시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레몬 향 연둣빛으로

유월은 율마가 초록으로 가는 달입니다.

심을 때 그 마음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가만히 가만히창가에 내놓을 때, 물을 줄 때,

쓰다듬을 때, 함께 밤을 보낼 때도 

레몬 향으로 은은하기를

가만히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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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해 사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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