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간 유한해서 빛난다 - 김효린 시집 출간
응축된 언어로 승화시킨 시인의 여정
심애경 시의전당문인협회 회장
김효린 시인은 어린 시절, 긴 투병 끝에 삶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우뚝 선 지금을 감사하며 세월의 향기로 피어난 언어들을 모아 ????유한해서 빛난다???? 한권의 시집으로 피어났다.
생이 아름다운 것은 그 끝이 조용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삶이 무한하다면 시간은 끝없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내일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갈 이유가 서서히 퇴색될 것이다. 유한하기에 우리의 하루라는 작은 그릇에 의미를 담으려 애쓰고 가슴 깊은 곳에서 번져오는 떨림 놓지 않으려고 귀 기울인다. 꿈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발걸음을 단단하게 하고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처럼 순간을 찬란하게 살고자 한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생의 숨결 속에서 더 뜨겁게 더 선명하게 자신만의 불꽃은 태우다 고요한 적멸의 순간을 맞이하리라
- 「유한에서 빛난다」 전문
이 시는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희망의 빛으로 받아들인다. 숨을 쉬고 있기에 하루가 귀해지고, 사라질 것을 알기에 마음의 떨림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작은 그릇’이라는 표현은 하루라는 시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 의미를 채우려는 삶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꽃의 비유와 불꽃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순간을 전부로 살아내려는 뜨거운 생의 윤리가 자연스런 언어로 전달했다. 마지막의 ‘고요한 적멸’은 소진이 아닌 완결로 읽히며, 삶을 다 태운 후에야 도달하는 평온을 잔잔하게 남겼으며 유한함을 숙명으로 끌어안은 사유가 차분한 삶의 향기로 빛나는 시다.
존재의 가지 광활한 우주 한 자락 한줄기 빛에 내려와 나에게 존재의 가치를 주었다. 삶의 영속 속에서 부평초처럼 떠돌던 마음 한 조각 진흙 속에 묻어두고 귀곡정을 토하던 나날의 한복판에서 나는 수없이 꺾이고 다시 일어섰다.
황혼이 저물어가는 들녘 보랏빛 청춘도 하얀 사랑도 이제는 백탄이 되어 사그라지고 그 재 위로 푸른 불꽃 하나 남아 조용한 미소로 타오른다.
- 「존재의 가치」 전문
흔들리며 살아온 한 존재가 끝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처럼 읽힌다. 우주에서 내려온 한줄기 빛은 거창한 계시라기보다, 버텨온 시간 끝에 비로소 허락된 자기 긍정에 가깝다. 부평초와 진흙, 귀곡성 같은 이미지와 삶의 혼탁함과 고통을 과장 없이 드러내면서도, 그 시간을 통과해 온 몸의 기억을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린 글이다. 특히 모든 것이 백탄으로 사그라진 뒤 남은 ‘푸른 불꽃’은 열정의 잔존이 아니라 성숙한 생의 온도로 느껴진다.
소멸 이후에야 또렷해지는 존재의 가치가 조용한 미소로 ‘생의 완성’ 을 향해 나아가듯 마무리되는 지점이 처녀작處女作인만큼 열정의 불꽃으로 오래 여운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