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최예은 시인편
최예은 시인
나에게로 왔다
최예은
속절없이 얼룩진 고난의 상처
스스로 생의 멍에를 둘러메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늘 빈곤했던 삶
어느 날 모세의 기적과 같은 내 눈물을 닦아줄
희망의 눈부신 시가 나타났다
시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나지막이 불러 세운다
한동안 무미건조했던 삶
지금은 시집들의 빼곡한 활자향기가
곳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퇴색된 나의 정신 속으로 깊이 스며들어와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탄생시켰다
나의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온 시의 사유
그 모든 것에 역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으로 뒤집힐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시는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으니 말이다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세월의 난관에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법을 몰랐던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모든 게 맞지 않았을 뿐
삶의 물음표 같은 알 수 없는 부호들과 의문들이
나를 향해 무수히 쌓여만 가고 있었다
무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날들 위에
시는 아름답게 살아가라 신이 내려주신 고귀한 선물이었다
시를 사랑하며 알아가는 이 순간
견뎌낸 삶만이 둥글고 단단해진다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작가노트◆
내가 세상에 온 지 18,151일째 되는 즈음,
삶의 설움으로 사금파리가 가슴에 살을 긁고 상처가 점점 났다.
그늘진 아픔을 그 외침을 아무도 알아주지도 관심도 없었다.
메말라 있던 깊은 슬픔을 껴 앉고 잠재웠던 숱한 날들
그 누구도 나를 케어해 주지 못했다
.
시는 늘 나와 동행 했다.
시는 나를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시는 나에게 아픔을 주지도 배신하지도 않았다.
지금 시와 함께라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시와 함께 행복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