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1
<<박금선 시인편>>
배 한 상자
박금선
설이다
친정이라고
가 봐야 큰오빠랑
소똥 묻은 빈 마구간
허리 굽은 땡감 나무 한 그루다
"동생아,
방에 좀 들어오너라
떡국 묵고 몸 좀
녹카가 가거라
보일러 금방 틀었다."
오빠가
들들들 흔들리는 굴 껍데기 같은
손을 방바닥에 짚고
반쯤 일어서며
굽은 허리로 말한다
"안 됩니다
방에 들어 가모
5인 이상이라 잡혀갑니다."
신발을 벗을까 말까
신발 한 번
오빠 눈 한 번
몇 번을 망설이다
배꼽과 이에 힘을 꽉 주고
벗지 않았다
노란 보자기 풀이 죽은
배 한 상자
마루 끝에 딸랑 두고
매정하게 일어섰다
오빠의
합죽한 긴 삼각 턱,
깊고 굵은 세로 주름
골마다
서운함이 베어져 있었다
옥수골을 지나
방 말재 모퉁이를
넘어오니
적석산에서
아린 추억을 머리에 이고
검은 마스크를
쓴
굵은 비가 콸콸 쏟아졌다
오빠의 마음일까?
[박금선 프로필]
청옥문학 시조와 수필 부문 신정문학 시 부문 등단
신정문학 정회원. 남명문학 회원. 석교 시조문학 정회원. 청옥문학 정회원.
신정문학 디카시 부문 우수상 수상. 남명 오솔길 시화전 기개상 수상
김해일보 영상시 신춘문예 우수상 수상
¤시 감상 / 시인 박선해¤
오빠는 자랑 쟁이다.
"내가 말이야 왕년에 고성군 씨름 대회에서 일 등을 해 소도 한 마리 타고 그랬니라."
"내 군복 쫙 빼 입어 노모 신성일이 빰칫다 아이가.?" 시인은 오빠 자랑 재미다.
언젠가 시인의 오빠에 대한 얘기를 물으니 전해 온 답이다.
어느 날 디카시를 썼던 때도 오빠 바다의 등으로 글줄이 흘렀다.
이젠 자랑할 힘이 없다시던 시인이다.
육 형제 중에 오빠와 성격이 많이 닮았다는 시인, 건강이 안 좋으시다.
동가리 밭 언저리에 앉아서 한쪽 눈 알 빠진 경운기를 바라본다.
"오빠 5년만 더 건강하게 버텨 주시라고."
큰 바윗골 산지 바위 앞에 엎드려 본 시인의 소망은
아픈 오빠가 살아만 있기를 바람이 애틋하다.
'배 한 상자' 작품 속엔 코로나 시국을 잘 표현해 놓았다.
코로나는 가족 간의 정마저 낯설고 삭막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 조차도 익숙해졌지만, 대명절이면 일가 친척들이 한자리에'모여 앉아 나누던
끈끈한 정마저 잊게 하는 코로나 시국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애잔하다.
각설하고, '배 한 상자' 작품 속에는 가족의 소중한 정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다.
코로나 시국과 우리들의 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풍경을 음미하면서도 훈훈한 마음도 녹아든다.
한차례 퍼붓는 장대비 속에 묵은 마음마저 씻어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전 세계를 짓누르는 코로나 확산이 시원한 폭우 한차례에 씻겨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