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우 시인의 그 곳에 1

사람과 책

이봉우 시인의 <눈빛 끌림으로> 그 곳에 1

소하 0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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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우 시인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봉우


빈 마음으로 가시라

그러면 화엄의 꽃동산을 보리니

얼마큼 가져야 만족하는가?

무릇 한 생을 돌고 또다시 열 생을 더 돌더라도

만족에 이르지는 못하리라

둥지 하나뿐인 새들도 맑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눈비 오면 눈비 고스란히 맞는 야생의 짐승도

거짓 없이 살아가지 않느냐

풀꽃을 보고 무심을 배워라

삶은 스스로 누리는 것

가진 것 없다 생각하는 지금도 충분하다

기대를 낮춘다면

행복의 꽃송이 짓밟지 마시라

더 더 더에 목말라 앞만 보고 뛰는 삶 얼마나 슬프냐





레인보우 힐


         이봉우


가을이 손짓하는 길목에서

무지개 같은 추억을 쌓으려고 중원으로 갔는데요

따가운 햇볕으로 체력은 허기졌으나

팔월의 하루 해는 짧았습니다

활주로 같은 잔디 위에서

한 마리 새가 되어 공처럼 날고 싶었는데요

새처럼 공을 날리고 싶었는데요

그 꿈은 나비처럼 날아갔습니다

거리와 힘의 반비례를 주문처럼 외웠지만

언제나 욕심에 발목 잡히고

바람에 뒤집혀 하얀 속살 보이는 나뭇잎처럼

구겨진 허물만 실컷 보였습니다

길섶의 꽃들도 민망한 듯 조용했습니다





꼭두바우


       이봉우


어릴 때는 왜 그리 촌스럽게 들렸을까?

산골보다 더 산골 같은 이름

도회지에 외가를 둔 친구들이 부러웠다

외갓집 얘기가 나오면

갈평이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얼버무리기도

지금은 다 떠나고

하룻밤 묵을 수도 없는 엄마의 고향

산모퉁이 돌아가는 바람 따라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엄마 생각

  

        이봉우                                         


가슴에 묻어 둔 서러운 이야기

부엌에서 도란도란

그 이야기를 듣노라면

청솔 연기에 눈 찔린 듯 눈물이 났습니다

나는 작은 모닥불 되어

엄마의 시린 가슴 녹이려 맞장구쳤지요

홀로 울기도 많이 했을

유복녀의 슬픈 운명은

한평생 철길처럼 이어지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었습니다

가신지 근 삼십 년

어느 별에 계시온지요

백합을 좋아하신 당신 그리워

눈시울 붉히며 먼 하늘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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