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신동일 시인편 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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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9 07:41
신동일 시인. 문학박사.문학평론가
억새풀
신동일
1년 내내 광야에서 외로움 안은 채
풍상을 극복하며 태풍에도 염천에도 묵묵히 자아를 지켜간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휘어질 뿐이다
어찌 아름다운 꽃이라고 바람에 훈들리지 않았으랴
때 되면 새 해를 기약하고 낙화되는데...
지덕을 겸한 인생인들 평생을 청춘으로 누리랴
너나 나도 해묵은 노송처럼 눍어감에
세파를 바라만 보며 할 말을 삼키고 사방을 굽어볼 뿐.
◐작가노트◑
도도한 강물도 하류로 소음없이 묵묵히 흐르듯
장애물에 돌어갈 뿐 유유히 흐른다.
모진 태풍 삼복염천마저 체념하고
이 겨울 버텨내는 벌판의 억새가 자랑스럽고 나약한 속인들에 귀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