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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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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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순 시인


씨나락 


     태안 임석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텅 빈 논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몰아치는 찬바람

혹독한 추위가 몰아쳐도

봄은 온다. 그 봄을 기다리며

농부는 씨나락을 고이 간직한다


안쓰럽게 느껴지는 논두렁,

겉 흑은 송장처럼 미동도 없으나

땅속은 차분히 기다림과 버팀으로 힘을 기르며


이 겨울에 준비한다


꽃샘추위가 잠시 괴롭혀도

꽃망울 터트리는 봄소식을 기다리면서

버거웠던 지난겨울은 잊고,

새봄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간다


먹구름 짙은 저물 무렵에

노을 없이 먼 산부터 어둑어둑해지며

파릇파릇한 새봄은 여지없이 찾아오고

다시 이 땅에서 싹이 트고 열매가 맺힌다.


《시 감상평 / 시인 박선해》

유년의 꿈을 지나 떠나오는 모든 것은 세상의 희망이다.

기백으로 가득 찬 발 딯는 곳곳은 지팡이처럼 늘 손에서 안정적인 기대를 안고 있다.

성장에서는 직장과 사회생활로 지나온 버팀목으로서의 몫이 되어 준다.

특히 유년의 시골은 도심의 안경이 되어 보이지 않는 미지의 동경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떠나온 도심은 자리 잡을 때까지 벌어지는 세속의 멋 모른 풍경이 되었다.

성공한 도시의 삶은 생애 유지로 역할을 다했으니 그러므로 다시 그리울 수 있는 것이다.

몸 밖이 다녀 올 수 없는 세월을 몸안의 내면이 넘나드는 시심은

저편에서 있어왔던 사랑할 성장기의 버거운 통증과 추억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 회귀를 봄날처럼 가꾸고자 꿈틀한지도 모른다.

고집이 이끌어 온 삶은 다시 인연따라 진실을 찾아 가는것이다.

머슴아이가 어른이 되어 쌓아온 정만큼 가을걷이로 혼자만의 비밀을 재워 놓았다.

본능의 그 곳으로 '열매'라는 단서하나 들고 가서 다 풀어놓고자 한다.

생동력 넘치던 도심에서 가고자하는 조심스런 마지막 목표는 외려 긴 외로움의 끝에서 였겠다.

시는 가슴이 하는 말을 남기고 있다. 어릴적 시절의 고향이 다시 그리워지는 중년인 것이다.

혹여 사라지지 않을 글귀로 정겨움만은 남기려 한다.

앞서는 아쉬움을 시심에서는 열매로 맺혀 있다.

가끔씩 차오르는 삶은 이미 그 곳이다.

씨나락이라는 소재로 시작한 시는 기다림이 낳는 씨앗의 확연한 삶이

그 날의 봄에서 시작됨을 일깨우고

열매는 남겨질 한 삶의 존재 가치에 결이 있는 숨을 들이 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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