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이 부른 탱자 권덕진 시인-뿌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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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이 부른 탱자 권덕진 시인-뿌리를 읽다

소하 0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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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권덕진


그대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지만

낮은 곳에서

화려하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틔어본다


더러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외면하지만

잊히지 않는 인연이 되고 싶다


바라보지 않아도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겠는가


그대 그리운 날이면

향기 품고

풀꽃을 피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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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길을 걷다가 나지막이 고개 숙입니다.

그러면 불현듯 만날 수 있는 풀꽃입니다.


친근하게 다가오죠.

순수함이 있습니다.

소담스럽게 피었다가 지는 꽃이고요.


화려한 도심의 불꽃이 거리를 밝힙니다.

그래도 에움길 마주하는 들꽃은 마음 한 귀퉁이에 두고 옵니다.


그렇게 두고 온 소박함은 가끔씩 연민어린 추억이 됩니다.

권덕진 시인의 시 풀꽃이 건네주는 말입니다.


최신간 <탱자> 속 풀꽃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옹이


      권덕진


반듯하게 자란 나목이

좋은 재목이라고

숲을 가꿀 때


속살이 파이도록

상처를 남겨도

세상에 싹을 튀우고

옹이는 생명을 잉태한다


고운 살결에 박힌 옹이는

얼마나 억척스레 살아왔는지

나이테에 새겨놓는다


생살을 찢고 단단하게 움켜쥔 어깨는 안락한 보금자리

거친 세상을 지켜냈다


펑퍼짐한 차림새

제멋대로 자란 실가지를 깁고

온몸을 내어준 옹이도

보드라운 살빛에 곱던 때가 있었다


거울 앞에서 모습을 지우고

심하게 뒤틀린 굵은 마디마디

옷소매로 감추는 그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옹이라고 부르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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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바위 틈새로 뿌리를 내립니다.

수백 년을 지키고 살아가는 소나무 줄기를 봅니다.


그럴때면 자연은 그대로 경이롭습니다.

하늘을 지탱하는 커다란 옹이 줄기는

숱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빼어난 미를 자랑하고요.


자신의 모든 걸 내어줍니다.

절대 쓰러지지 않는 옹이의 굵은 어깨는 단단합니다.

소나무를 우뚝 세우고 이 땅을 지키지요.

고목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지켜섰는 소나무입니다.

갖은 세속의 풍상을 다 듣고도 굳은 뿌리는 굿굿합니다.

옹이, 애증의 세월에 그림자 품습니다.

그렇게 모진 풍파를 견딘 증표입니다.


여기, 권덕진 시인의 최신간 <탱자>는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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