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둘째 주 장원 김영숙 - 낙하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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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3 16:55
우주의 중력이
제로가 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되는 영원
_김영숙
‘중력’이란 보이지 않지만 만물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나는 이를 사랑, 집착 등으로 에세이를 쓴 적이 있어서 관심 있게 감상했다. 그런데 김영숙 시인은 영상기호를 기반으로 이런 관점을 뒤집어버렸다.
1연에서 빗방울이 그리는 동그라미 영상은 제로(0)를 연상할 수 있고, 2연 ‘영원’이란 추상명사는 철학적으로는 비움의 미학과 맥을 같이 한다. 주제는 ‘낙하’이며 소재가 ‘중력’이므로 가능하다. 영상 기호와 활자 기호의 맞물림에서 천착(穿鑿)의 과정을 거쳤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김 시인은 필자가 강의 때마다 주지하는 ‘디카시는 압축파일이다’는 것을 작품마다 잘 녹여내고 있다. 아마도 많은 단상을 써놓고 지우고 또 지우고 최대 공약수로 승부를 보았을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 적용해본다. 중디회원에게 ‘서울중랑디카시인협회’는 막중한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력이 없다면 뿔뿔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설강은 '디카시'라는 중력 덕분에 무기력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
선정평: 손설강 (한국디카시인협회 서울중랑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