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째 주 장원 신은미 - 터전

이벤트

7월 첫째 주 장원 신은미 - 터전

모과 0 6

5a117165b0e669f56cafce4a8f988c8a_1751937337_27.jpg
터전

이럴까 저럴까
뿌리는 내렸지만

던져지는 물음표

_신은미


-----------------------

장맛비가 내려 초록이 더욱 왕성한 계절이다.
금간 콘크리트 틈새까지도 풀이 터전을 삼았다. 그런데 뿌리를 내리긴 했어도 망설였나 보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맞나’ 하는 기호(반전의 물음표)를 그렸다.
신은미 시인의 디카시 ‘터전’은 정지된 사진기호 속에 내면의 흔들림과 긴장감을 불어넣고, 절제된 문장으로 풍부한 시적 사유를 결합시킨 철학적인 작품이다.

정착한 듯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떠돌고 있는 불안한 현대인의 실존.
무심한 듯 생명이 돋아났고 그 우연의 형태는 정착과 방황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는 외부로부터 온다. 그렇기에, 마지막 행의 ‘던져지는’ 물음표는 정답 없는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개인의 존재론적 질문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문제로도 시각을 옮겨본다.
‘풀’은 사회적 약자, 혹은 경계인의 존재를 은유한다.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주변인 혹은 소수자의 삶은 뿌리를 내리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그 자리는 ‘공인된 터전’이 아니지 않느냐고 끊임없이 질문을 당한다. 정당한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재차 그들의 정체성을 물어 불안에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풀은 또한, 억눌림 속에서도 자라나 포장된 아스팔트 틈을 뚫고 나오는 생명력을 발휘한다. 세상 속에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삶, 살아있음 자체가 투쟁인 보통 사람의 삶을 표상한다.
최근 한 주 간, 주택 담보대출 규제라는 부동산 뉴스로 수도권이 시끄러웠다. 생활을 뿌리내리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공간의 문제다. 다수의 사람들이 합리적인 삶의 ‘터전’을 얻기를 염원한다.

풀은 자라나고, 시간은 흐르며, 우리 삶의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이 계절, 길가에서는 큰 키에 줄줄이 꽃을 달고 웃고 서있는 접시꽃을 만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환한 얼굴들이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밝고 강인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닮았다.


_선정 및 감상 : 현송희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