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포토시詩, 최예은 시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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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포토시詩, 최예은 시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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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파전 

     시율 최예은


게릴라성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 붓는다

천둥번개의 섬광이 번쩍 도시를 움켜지고 요동칠 때

꼬깃꼬깃해진 햇살은 보송보송해지기를 기다린다

어수선이 휘날리는 비바람을 바라보다

문득 해물파전 생각이 눈앞에 가득 채워졌다


잠시 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들로

출출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앞치마를 허리에 둘러맸다

쪽파는 씻어서 3등분으로 자르고

날 선 냉기의 냉동해물은 찬물에 헹궈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믹싱볼에 부침가루를 풀어 반죽의 농도를 맞춘 뒤 계란을 넣는다


쪽파와 오징어 새우 홍합 해물 믹스를 불러오고

홍고추와 청량고추도 함께 버무린다

달궈진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로 지글지글 굽는 소리가

영양이 듬뿍 해물파전에 꽃이 활짝 피는 순간

한입 크게 베어 넣었다


세상에서 제일 으뜸가는 감칠맛

푸짐하고 맛있는 출출함을 달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고소한 맛 바삭한 맛 매콤한 맛의  나의 요리 맛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한때 가족의 밥상을 책임져야 했던 젊은 시절

휘어진 활 처럼 쏜살같이 달려와 엄마대신 분주했던 나

눅눅하게 부풀은 빗소리는 슬픔 같지만 기쁨으로

흠뻑 젖은 마음속을 채근하며 읽어내린다

가족 사랑의 정담이 그리운 오후 내내 방울방울 먲혀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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