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박금선 시인편 1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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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12:52
박금선 시인
감
박금선
춘삼월 갓 시집와
장독 뒤 숨더니만
들국화 분 내음에
양쪽 볼 붉히더니
옷고름
풀어헤치니
붉은 달이 웃는다.
♨작가 노트♨
감물이
묻지 않은 옷은 내 옷이 아니었다
떨감을 참 좋아했다
감을 좋아해
밥 대신
감으로 배를 채운 적이 많다
얇은
연두 배냇저고리
하나 두르고
이른 봄에 태어나
이파리 뒤에서 숨어서 자란다
봄이 가고
여름 가고
두 볼이 빨개질 때까지
천둥 이야기
번개 이야기
많이 듣고 자랐다
감이 빨개지면
가을의 끝을 알린다
감인 들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