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 시인의 고요위에 그려내는 시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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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21:39
기묘한 저녁
김정자
베란다에서 저녁 바람을 맞으면서
잔을 흔들었다
맑은 유리잔에 갈색 액체 속에
투명한 얼음이 부딪쳐
카랑카랑 시원한 소리를 낸다
갈색 커피는 녹는 얼음 탓에
점점 더 엷어져 거의 물 같다
열정을 잃은 커피.
단조로울 정도인 저녁노을,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그 색채를
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머릿속에서 자문을 한다
오월의 향이 사그라져
번져오는 유월의 향
나도 누구에게 여운이 되어
남은 삶을 물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