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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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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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고구마


        박금선


멀건 대낮

목련꽃 모가지가 툭 떨어지며

정적을 깬다


"고구마가 왔습니다.

꿀맛 같은 호박 고구마가 왔습니다."


"한 박스에 오천 원."


마스크도

쓰지 않고 날았다


그런데 전부

한 박스에 만 원이다


한쪽

끄트머리

유일하게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로 처박아 둔 박스 1개가 5,000원짜리였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버리기도 늦은 쓰레기였다


오천원이라는

마이크

소리에 한쪽 발은 슬리퍼

한쪽 발은 샌들을 신었다


왜냐면

꾸물대면

차를 놓치기 때문이다


고구마

가격을 마이크에

오천 원이라 말하고 만원은 들먹이지 않았다고


입이

꼬물꼬물,


무슨 말이

나오려고 했는데 두 입술에 힘을 꽉 주고 참았다


코로나다

살기 힘든 코로나다


그래도

덩칫값은 해야지

만 원짜리 한 박스를 샀다


예쁜

나무 상자에

밑에는 나무를 깔고 위에만

고구마가 예쁘게 놓여 있었다


딱 한 되였다

오천원에 달려 나온 내가

참 좀스럽고 우습다 부끄럽다


코로나다


당장 삶았다

심이 박혀 무명실이 줄줄 딸려 나왔다


오랜만에

실이 든 고구마를 먹는다


내가 어릴 때는

이때쯤 고구마에 순이 나고

실이 생겼다


요샌

보관을 잘하니 그런 고구마가

잘 없었다


꿀맛이기는 하다

꿀에 물을 희멀겋게 타

히히 젖은 물고구마 맛이다


거름 냄새가 난다

코를 킁킁거려 본다


고구마

실에서 내 고향의

동가리 밭 흙이랑 거름 냄새가 솔솔 기어 나왔다


참 좋다


고놈의

오천원과 무명실 바람에


내 고향

4월의 구부러진 허리와 오래 된  쑥 언덕에 올라 서 본다


코로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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