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자유시, 김정미 시인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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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11:17
김정미 시인편
겨울 초
김정미
지난 해
유난히 혹독한 겨울이었지
잘 지냈니?
거적때기를 살짝 들췄더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겨울 초
한껏 물이 오른 초록 잎
새봄
굳세게 살아 있는 것 보니
가히 짐작할만한 강인한 생명력이다
빈 땅
봄 여름 가을 북적대던 풋이파리들은 간데 없고 쓸쓸함은 겨울이 훑고 간 흔적인가
아직은 춥다
손은 자꾸만 외투 주머니를 찾는다
밭을 한 바퀴 돌아보니
양지바른 곳에 쑥이 자라 있고
과실나무들은 뾰족뾰족 눈이 터지고 있다
키다리 적목련도
자태를 뽐낼 차비를 하고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는 진리와
자연의 신비함, 절기를 속일 수 없다
노란꽃 피기전
한 소쿠리 캐다 무치고
된장 국 보글보글 끓이면
산 새 지저귀고 들고양이 다시 찾아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