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곤 시인의 저녁 연서 1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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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7 21:14
김재곤 시인
저무는 길목에서
김재곤
지친 구름이야
바람이 황홀경에 재껴준다지만
뒤따르는 일용직도
얼어붙은 춥다상회 주인은
지난밤 찬서리에 개꿈을 팔았는지
귀뚜리의 목탁 소리를 듣는다.
아우성인지 볼멘소리의 하소연인지
태화시장을 지날 무렵
귀먹은 봉사는 없고
앞 눈 빠진 보청기가 고장 나
뒤축 꼬부라진 고무신이 질뚝거리며
미안한 골목을 고개 숙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