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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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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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가 作


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14


어디 아프냐 물어봐 주는 이 없었다

나도 아프다 말하고 싶었다

아직 웃고 싶을 때도 많았다

홀로 중얼거리고 혼자 아파하고

혼자 울어야 하는 것이 너무 서럽다

가끔 바람이 곁을 지나갔지만

그들의 잠시 자기들끼리 모여 있다가 갔다

말 한마디 붙여보려 했지만

사는 모습이 다르다고

가는 길이 다르다고

들어주지도 않았다

계절 따라 꽃잎들의 노래가

가슴 저미도록 들려오고

헐어버린 가슴 한쪽 쭝긋 세워

향기의 음정 박자를 들으려 했지만

그들도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몸은 흔들려 기울어져 가고

살아온 기억은 더 생생해지고

얼마나 더 견뎌 낼 수 있을지 알지 못하지만

표정에는 웃는 모습 이어 붙인다

그래 이렇게라도 남은 생을

아파도 웃으며 가야겠지

노을이 잠시 주홍빛 편지 한 장 쓰 놓고 떠나는 그 모습에

또 울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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