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남천 정태운 전국 시낭송대회 본선 지정시 * 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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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남천 정태운 전국 시낭송대회 본선 지정시 * 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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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봄날이 오면 정태운

 

젊은 날 아낙은

18살 어린 나이에

장독대와 부엌에 깃발을 꽂았다

오직 그 공간만을 지켜야하는 게 사명인 줄 알고서...

중년의 아낙은

그곳이 결코 자식과 가족을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뒤늦게 깨우쳤다

아무리 비옥한 땅이라도 가꾸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늦게야 깨우쳤다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다

우리들 이야기다

울 엄마는 그랬다

장독대를 뿌리치고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마을로 마을로 장으로 장으로 다녔다

그리고 노점상을 하며

어린 자식들을 키웠다

울 엄마는 그렇게 7남매의 삶을 책임지고 나섰다

장성한 20대 중반의 사랑하는 큰 딸을 잃고

그 몇 년 뒤 40대 중반에 청상과부가 되었다

서러워하래야 서러워할 틈도 없는 죽음 앞에서

눈물보다 현실의 자식들이 중요했기에

아픔을 목발 삼아 일어나야 했다

삶이라는 고통의 터널

장부처럼 담담히 일어선 철의 여인

잔 다르크보다 대처보다 더 위대한 여장부였다

남은 6남매를 키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음인가

당신의 노력으로 살만 한 어느 때

머리에 서리 내리고 얼굴에 짙은 훈장으로

주름이 골을 이루기 시작했던 70대부터는

당당하게 두려움 없이 찾아온 병마와도 싸워나갔다

위암과 싸우시고

심경경색과 싸우시고 뇌부종을 물리치고

고혈압 당뇨병을 친구 삼으시고

심장판막증 수술도 거뜬히 이겨내셨던 울 엄마

팔순의 중반에 찾아온 폐암이란 적장과 싸우시기에는

너무 노쇠하셨나보다

서럽게 서럽게 보내드렸다 울 엄마

새싹 피어나던 날

봄빛으로 가셨다

울 엄마!

3월이 오면

3월 봄빛에 가셨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가슴을 뛰게 하며 살자 / 정태운

 

설렌다면 아직 청춘이란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아직도 젊음이 남았다는 거다

네게 그렇고 내게 그렇고 세상이 그렇다

뛰지 않는 가슴을 안고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립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내일을 기대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삶

그래서 나이는 먹어도 마음은 늙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정원에만 꽃을 피우는 사람은

가슴은 없고 눈만 있는 사람이다

산과 들에서 꽃을 보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평범을 넘어서야 한다

너무나 일상적인 삶보다는 상식을 깨고 벽을 뛰어넘어야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 가슴에 꽃을 심어보고

다른 사람의 가슴에 꽃을 가꾸어 보자

상대에게서  꽃을 보고

나에게서 삶의 향기를 느껴보고

한 번쯤은 실컷 울어도 보고

한 번쯤은 흠뻑 비를 맞아도 보자

그래서 통쾌함을 느껴보자

가슴을 뛰게 해보자

 

 

 

 

 

 


가을 애환哀歡 / 정태운

 

청산을 닮아 하늘이런가

하늘을 담아 바다이런가

 

보고픔 넘쳐 그리움이런가

그리움 품어 사랑이런가

 

시리도록 보고파 단풍이 들고

그리움 사무쳐 낙엽이 되네

 

가슴앓이 병 깊어 상사가 되듯

사랑이 깊어가면 그리움 쌓이고

 

하늘 높아 푸르름 더 할수록

아련함에 나도 낙엽이 되려나

 

 

 

 

 

 


가을 어느 멋진 날에 / 정태운

 

길을 나서는 어느 날처럼

가을이 깊어지니

가을도 길을 나서는 만추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길을 나서면 어쩌나 하고 둘러봅니다

서운한 게 없었는지

아쉬운 게 없었는지

물든 단풍이 가지에서 손을 놓듯

우리도 나잇살에서 지유로 울 수 없어 잡은 삶을

놓을 수밖에 없지 않은지

화려한 봄을 보내고 바쁜 여름을 거쳐 풍요롭다는 가을도

잠시 잠깐이라는 것을 가을이 깊어서야 깨우치는 우리입니다

한때는 끝없이 도도할 것 같은 울창한 나무도

단풍 들어 시들고

한때는 모든 새들도 품어 숨길 것 같은 위세도

초라한 나목으로 변해가는 고목입니다

안녕이라고 떳떳하게 웃을 수 있는 이별이 몇인가요

서리에 버티는 가을꽃은 있던가요

우리 머리에도 내리는 찬 서리에

떳떳하게 자유롭게 대범한 척 안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을 어느 멋진 날에

그리운 이들을 모으고

그리운 이들과 대범한 이별을 하는 겨울을 닮고 싶습니다

계절은 다시 오지만

우리는 다시 올 수없는 것이라 해도

쿨하게 인생 한번 돌아보고 웃으며 가는 계절이고 싶습니다

나도 그대도

그러고 싶습니다

 

 

 

 

 

 


가을 향수 / 정태운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를 보고

그리워 울었단다

 

파란 바다가 바위로 밀려가

하얀 포말로 울기에

나도 같이

하얗게 하염없이 밀려가 부딪쳤단다

 

언제나 영원히

초록으로 남고 싶어

여름을 붙잡는 잎새가

애처로이 단풍이 들 때

네 청춘이 서러워 울고

내 머리에 내리는 서리에 울었단다

 

가슴 아린 가을이

사랑을 외면한 순간부터

파란 하늘이 바다가 되었다

 

 

 

 

 


 

가을로 가버린 사랑 / 정태운

 

그대

말하지 말아요

가을속으로 떠난다 했으니

 

그리운 말이랑 남기지 말아요

가을을 아프게 하고

낙엽처럼

버리고 가는 바람이니까요

 

흔적 없는 추억마다

돌아오는 계절마다

남겨진 한마디 메아리쳐요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

 

그대

말하지 말아요

거리에 낙엽 뒹굴면

추억 따라가버렸다고 기억할게요

 

 

 

 

 

 

 


가을에 목련꽃이 핀다면 / 정태운

 

가을에 목련 꽃이 핀다면

하나같이

모두들 단풍 들어

꽃인 양 울긋불긋할 때

하얀 속살 같은 고운 자태

더욱더 눈이 부시리라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받들고

견주어

순백이 이토록 가슴 저릴까 뇌아리며

넋 놓은 시선을 주리라

 

목련이여!

봄을 떠나 가을에 꽃을 피워보자

 

가을 동산에 눈인 양 피어나면

새색시 하얀 미소가

세상을 밝히리니

세상은 온통 새 신부를 맞으리니

 

목련이여!

가을에 꽃을 피워보자

 

 

 

 

 

 

 

 

광안대교의 밤 /정태운

 

세월을 가장한 체

화려한 의상을 한 다리

오는 세월의 불빛은 빛이 나고

가는 세월은 빛도 바랜다

 

강인지

바다인지 모르는 세상 위에

휘황찬란함으로

수놓고 이어진 시간

세월의 속도는 빠르고

삶의 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욕망의 스테이크에

와인과 더불어진

인생이기를 기원하지만

콩나물 해장국에 소주를 곁들인다

 

그대로 하여 행복하다는 말도

파도 속에 묻히고

사랑한다는 말도 불빛 속에

잠식되지만

 

바다를 딛고 우뚝 선

세월의 버팀목이

어제를 딛고 일어서는

희망을 발하고

어둠은 바다도 안고

해변의 화려한 불빛도 안고 온다

 

 

 

 

 

 

구절초 / 정태운

 

에움길 돌아선 곳에

순백의 하얀 영혼을 담은

어머니 손길 같은 꽃이 피어 있어요

 

차가운 밤이슬도 마다 않으시고

자식 사랑으로

머리 곱게 빗고 선

흐트러짐 없는 모양새 보이신

꼿꼿한 모정의 마음 담은 꽃

 

이제나저제나

애타는 어미의 마음

긴긴날

자식 생각으로 애태우신

어머니의 사랑이

가을 향기를 담고 피었나 봅니다

 

파란 하늘 향해 간절함 모으고

사랑과 염려의 눈매마저 눈부신

하이얀 모시적삼 입은

어머니의 마음

그 따스함이 가을을 받들고 있어요

 

 

 

 

 


그 사람이 그대였습니다 / 정태운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 같아

눈물 나는 사람

달빛이 구름에 가리어도

애잔함을 주는 사람

창문을

노크하는 바람의 기척에

그 바람에

날릴까 염려되는 가냘픈 사람

가슴 아리도록 사랑하고도 또다시

사랑하고픈 사람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그 사람이

그대였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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