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 당선작 연재, 동시 부문 우수상- 이우식 / 아기 고인돌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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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 21:16
이우식 시인
아기 고인돌
이우식
오두막 창가
어린 자작나무 밑
보일락 말락 작은 개미굴
돌멩이
두개 세우고
그 위에 돌멩이 하나
아기 고인돌을 세웠다
깊은 밤
눈보라가 친다
솜이불 속에서 이상한 꿈을 꾼다
아기 고인돌
그 아래 내가 서 있다
마침내
비밀의 궁전을 향해
나는 첫발을 내딛는다.
바람 자루 운동회
얼룩덜룩
삐에로 옷 입고
잠만 자던 바람 자루
바람 불자
벌떡 일어나
온몸 뒤흔들며 달려 나간다
요즘처럼
바람 잘 새 없는 날
바람 자루는 마냥 신났다
바다 위에서
파도 타는 돌고래처럼
요리조리
장애물 넘기
혼자 하는 가을 운동회
한 바퀴
빙 돌고 나면
바람의 처음을 찾아낼 거야
어느새 일등
아니 어느새 꼴찌
둘 다 독차지면 뭘까
준비!
따앙!
이젠 심판까지 맡았다.
비밀번호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가 또 바뀌었다
지난번엔 2479
'이사 간 친구'로 외웠는데
이번엔 8897
어떻게 하지
아! '팔팔 뛰는 꽁치'
어제까진
보고 싶은 친구가 보였는데
말간 목소리도 귓가에 들렸었는데
오늘부턴
동해가 탁 열렸다
통통통
고기잡이 쪽배가
화들짝
은빛 꽁치 떼를
지금 막 건져 올리고 있다.
♬당선 소감문♬
개미굴 앞에 작은 돌을 고인돌처럼 세우고
미지未知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동심童心에 잠시 빠져 보았습니다
동시童詩 부문 우수상에 뽑혀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